수기공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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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힌남노가 지나간 지 한 달이 넘었습니다.
이제는 가을의 서늘한 바람이 창가를 스치고 있습니다.
올 초에 담아둔 생강청이 생각나 손때 묻은 보온병에 담았습니다.
쓰지만 달콤한 향기가 주변에 차오르면서 오늘도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차오릅니다.
힌남노가 한반도를 찾아올 때 뉴스에서 온갖 주의사항이 방송되었습니다.
강한 바람에 날려 갈 수 있으니 분리수거도 금지 외출도 금지 웬걸 버스도 운행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한평생 강한 태풍이곤 힌남노 하나가 아니었으니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다들 조심 하라고 강조한 탓에 괜히 창틀에 두꺼운 나무상자를 끼워 두었습니다.
다행히 저는 큰 피해는 없었지만 새벽에 흔들리는 유리창을 생각 하면 대비를 잘해두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에는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해 불법주정차를 단속한다는 것이 무서웠습니다. 누군가 차에 타고 있을수도 있으니 안내문을 끼워 두는 것이 화를 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찰도 아닌데다 나이 지긋한 사람의 말을 싶게 들어줄까 했지만 이런 걱정은 어느 새 2년이 지나 사라졌습니다.
아는 얼굴들이 늘었고 만나는 동료마다 웃으며 인사하게 되었습니다.
작년과는 다르게 올해는 세무서 근처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불법 주정차가 없을거라 예상했으나 근처 작은 골목 사이사이 종종 주차가 되어 있습니다.
우리 구역에는 경상대학교,남중,세무서,예술회관이 있으니 즐겁고 행복한 마음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이런 순간 주부로서 몇십년을 보냈던 제가 사회의 일을 한다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같이 일하는 동료 어르신이 “단풍이 예쁘더라 올해는 가뭄이라 복숭아가 달더라” 하는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합니다.
친절한 동료들과 함께 사회의 일원으로서 거리를 거니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쉬는 날은 몸과 마음은 편하지만 한편으론 활동하는 날이 기다려집니다.
그래서 입은 옷도 챙겨두고 아침도 미리 준비해 두곤 합니다.
이렇게 저의 보람은 생활에 활기를 주고 기쁨을 느끼게 합니다.
만일 제가 태풍 힌남노가 아닌 노년 이라는 태풍에 휩쓸려 무서워만 해다면 이런 기분을 느낄수 있었을까요?
몇 개월이 지나면 무릎은 시리게 할 찬바람과 머리마저 띵하게 만든 찬 기운이 벌써 두렵습니다.
그러나 겨울이 오려면 가을이 지나야 합니다.
가을의 햇빛은 따뜻하고 겨울에 먹을 과실을 살찌우게 합니다.
저는 노인 일자리 사업이 가을과도 같아서 겨울을 지낼 힘을 주는 것 같습니다.
저에게 꼭 뭐든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 보라는 달콤하지만 쓴 생각 향기처럼 느껴집니다.
생강차는 딱 한잔 만으로도 감기 기운을 쫓아내곤 합니다.
저는 누군가의 생강차가 되어 오늘의 거리를 안전하게 만들고 있겠지요
또 용돈이 생경 손주들에게도 주니 재미가 솔솔 납니다.
2022 10. 10. 김춘학
늦은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