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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공모전

[2021년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 수기 공모 우수작] 어린이집도우미 정연순
이  름 : 관리자
시  간 : 2021-12-02 17:54:58 | 조회수 :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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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의 끝자락에도 꿈은 있다.

 

어린이집도우미 정 연 순

 

가을은 깊어 낙엽들은 꽃누너럼 내리고

무거운 동장군은 저만치서 우리를 바라본다.

고고한 하늘과 청아한 맑음은 지난 젊은 날을 회상케 하는데

이 계절은 한껏 찬바람 된머리를 머금고 있다.

 

누구나 가을은 풍요롭다고 결실의 계절이라고 좋아들 하지만

황혼에 물든 노인들은 이계절이 반갑지만은 않은 것 같은

나의 생각이다.

 

매서운 추위도 겁나고, 어둠 속 죽음의 문으로 한 걸음 한 걸음씩

재촉 받는 것 같은 서글픈 계절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 가닥 희망적인 것은 진주서부시니어클럽에서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준다는 것.

그 속에서 누리는 기쁨과 즐거움은 참여자가 아니고는 느끼지 못한다.

 

누가, 어디서, 무엇 때문에 가랑잎 같은 노인들을

돈을 주며 채용하겠는가?

복지정책으로 나라에서 시행하는 일이라지만,

서부시니어클럽에서 뽑아 주지 않으면 서부쪽 노인들은 맛볼 수 없는 즐거움이다.

 

많은 노인들을 움직이게 하고 건강도 챙겨주는

진주서부시니어클럽 관장님과 여러 임직원님들께 감사할 뿐이다.

 

전신이 쑤시고 아프다고, 집에서 머엉하게 사는 것보다

눈을 뜨면 출근 준비에 바쁘고 끼니를 제때에 챙겨 먹고,

정신적·육체적 건가도 덤으로 얻는다.

 

움직임은 온몸을 살리고, 웃음은 젊음을 되돌려주고,

날로 건강해지므로 이 나이에도 일 할 수 있다는 자부심으로

나날이 행복, 그 자체이다.

 

내게 은 아직도 뛰고 있는 마라톤 선수.

나를 마라톤 선수의 정신으로 살 수 있게 일깨워 준 곳이 바로,

서부시니어클럽이다.

 

그 많은 일자리 중에서도 나는 어린이집 주방 보조도우미.

앞으로 이 나라를 이끌어나갈 0세부터 4세까지 어린이들,

그 새싹들에게 영양공급을 위한 음식을 만들어 먹여 키우는 일에 나도 동참하고 있다.

 

그 얼마나 생산성 높고 창조적인 일인가!

꽃보다 더 예쁜 아가들, 수정같은 눈망울로 주방 앞을 지날 때면 할머니~ 하고 부른다.

눈을 맞추며 안녕! 아이 예뻐.” 해주면 활짝 웃는 얼굴로

우쭐대며 앞선 선생님의 뒤를 쫓아 간다.

 

일을 마치고 나오면 열린 창문 망충망 앞에 모였다가 할머니~하고 손을 흔든다.

친손주들 같은 그들이 할머니하고 부르는 소리는

메말라가는 내 가슴에 필요한 비타민이다.

가뭄에 단비를 흠뻑 채운 식물들처럼 흐뭇함으로 다가가서

그래, 내일 또 만나자. 빠이빠이.”하고 손을 흔들어 화답해 주고

돌아오는 그 기분은 내일을 또 기다리게 한다.

 

아이들은 미래요, 희망이기에 나는 그들을 위해 더 열심히, 더 깨끗하게,

진실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들에게 필요한 존재이고 싶다.

 

원장님과 여러선생님들의 애들 돌보고 생각하는 것을 보면

어린이집에서 사건사고가 터지는 일은 다 거짓말 같다.

그러나 아니땐 굴뚝에 연기 날 일 없겠지.

그럴 때마다 우리는 그들을 정신병자라 칭한다.

 

노인일자리에선 도랑치고 가재만 잡는 것이 아니라,

건강도, 웃음도, 기쁨도, 그리고 한번씩 손주들 용돈주는 즐거움도

우리가 받는 보수 속에 공짜로 따라 온다.

 

내가 일을 하면서부터 넉넉한 아량으로, 여유로움으로,

표정도 밝아지고 많이 미웠던 남편도 사별한 그날을 생각하면서

맛있는 것 보면 옛날보다 더 많이 남편을 챙기는 변화도 찾아왔다.

 

올해도 저물어 간다. 남은 두달이 너무 짧다.

어린이집과 일하는 우리들은 연중으로 일하는 것을 원하지만 어디까지나 희망 사항이고,

우리가 없으면 조리사 선생님 화장실도 마음 편히 다녀 올 수가 없다는 것,

우리가 알고 있다.

 

지상 낙원인 그곳에서 마무릴 잘할 수 있도록

지혜롭게 내게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해 본다.

사노라면 속상할 때도 많다. 그래도 일터에선 일에 집중하다 보면

모든 근심 걱정에서 벗어 난다.

 

그곳에 가면, 원장님과 여러 선생님들이 반겨주고

웃고,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어 답답했던 마음도 탁 트인다.

많은 희로애락 속에 살았지만, 지금까진 희생이었고, 헌신이었다.

 

이젠 나 자신을 위해 살고 싶다.

남은 여생 노인일자리에서 계획도 세워 보고,

앞날을 구상하면서 즐기고 싶다.

서산 노을에 지는 해가 원망스럽지만,

그래도 아직은 죽음을 준비 할 때는 아니라고 본다.

 

이 글을 쓰면서 또 한번 서부시니어클럽에 감사한 마음이다.

부족하지만 이렇게 펜을 잡고 글을 쓴다는 것.

생각도 못했는데 기회를 주셔서 두뇌와 말초 신경까지 깨워

황혼의 끝자락에도 꿈을 꾸게 하신

진주서부시니어클럽의 번창과 관장님 이하 근무자 모든 분들의

건승을 빌면서 부끄러운 펜을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