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기공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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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년전 시니어클럽에서 버스승강장 관리요원에 선발되었다는 통보를 받고 하늘을 날 듯이 기뻣던 그날의 감격을 지금도 잊지못한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자막을 TV에서 본 것 같은데 우리나라는 노인을 위한 일자리가 있는 노인을 위한 나라가 아닌가 싶다. 사실 70가까운 나이에 일 할 자리가 어디 있겠으며 한달에 열흘 일하고 이만한 보수를 받을 수 있는 곳이 과연 얼마나될까? 자식들 공부시키고 시집 장가보내느라 변변히 노후의 생활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채 남편이 정년 퇴직하여 넉넉히 못한 생활을 하던차 시니어클럽의 버스승강장관리를 하게되어 생활에 크게 보탬이 될 뿐만 아니라 무료했던 나의 일상에 생기가 돌고, 한달에 열흘이지만 규칙적인 생활로 건강도 크게 좋아져 나에게는 얼마나 고맙고 소중한 직장인지 모른다.
아침에 제복을(남편은 조끼를 제복이라고 부른다)곱게 챙겨서 가방에 넣고 집을 나설 때 나는 꼭 다짐하는 것이 있다. 오늘도 버스승강장을 이용하시는 분들의 기분이 쾌적할 수 있도록 깨끗이 쓸고 닦고 해야지라고! 왜냐하면 그 분들이 내는 세금으로 활동비를 받기 때문에 얼마나 고마운분들인가, 그분들에게 보답하는 마음으로 매일 매일 즐거운 마음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근무하면서 꼭 좋은일만 있는건 아니다. 어떤분들은 “저 사람들 무슨 필요가 있어, 빈둥빈둥 놀면서 세금만 축내지. 뒷골목에서 퍼지고 앉아 잡담만 하고 있더만”! 이런 말을 들으면 정말 가슴이 아프고, 우리가 정말 쓸모 없는 일을 하고 있는가 자괴감이 들때도 있지만, 그럴수록 우리가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보기도 한다.
버스승강장 좌석과 유리문 등을 닦고 있노라면 여름날 수고한다고 음료수를 권하는 분들을 만나면 얼마나 흐뭇하고 용기가 나는지 모른다. 무거운 짐을 들고 승하차하시는 노인분들을 도와 드렸을 때 고맙다고 손을 잡아주시는 분들 덕분에 우리는 큰 자부심과 가슴 뿌듯함을 느낀다. 우리가 하는 일이 지금은 비록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일인지 모르나 언젠가는 버스승강장 관리하는 사람이 없으면 안되는 꼭 필요한 직업으로 자리 잡으리라 자신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분들이 말하듯이 근무중에 골목이나 길가에 퍼져앉아 잡담이나 하는 그런 행동을 지양하고 비록 짧은 근무시긴이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 쾌적하고 깨끗한 버스 승강장 유지에 만전을 기할 때 그런 부정적인 시선은 사라지리라 생각한다.
12월달 활동비를 받으면 올 연말에는 나보다 불우한 노인을 위해 쌀 몇포대라도 사서 기부해야겠다는 즐거운 상상을 하며 나는 오늘도 나의 제복(조끼)을 곱게 챙겨 넣은 가방을 메고 힘찬 발걸음으로 나의 직장으로 향한다.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는 말을 끝으로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