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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공모전

[2021년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 수기 공모 우수작] 어린이집도우미 김정선
이  름 : 관리자
시  간 : 2021-11-16 12:58:36 | 조회수 : 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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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집도우미  김 정 선 


 

눈길닿는 곳마다

천지가 온통 고운 빛으로 물들어

바람에 떨어지는 나뭇잎들을 보면서

제 할 일 다 하고 아무 미련 없이

다 버리고 떠나는 아름다움을 봅니다.

며칠 남지 않는 시월도.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올 한해도

더욱 후회 없는 삶이 되도록 기도하며 나를 돌아 봅니다.

 

나는 시니어클럽의 어린이집 보육교사 도우미로 일하는

꽃다운 나이 7학년 5반인 흰 머리의 할머니입니다.

한 곳의 어린이집에서만 6년째 일하고 있습니다.

내가 이 일을 택한 것은

원래 어리아이들을 정말 좋아한 이유였기도 합니다.

 

처음으로 출근 하던 날.

마주 보았던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과 천진하게 웃는 모습은

모든 것에 무디어진 나이 많은 나를 가슴 뛰게 했고

설레게도 했습니다.

자칫 게으르고 불규칙 해지기 쉬운

노년의 삶은 적당한 일을 함으로써 한층 부지런 해지고

시간을 알맞게 쪼개어 헛된 시간 없이 규칙적으로 움직이고

생동감있게 변화시켜 주었습니다.

 

세시간의 정해진 시간을 바쁘게 움직이다 보면,

아무런 잡념도 생기지 않고 돌아서면 퇴근 시간이 됩니다.

집에 와서 조금 쉬었다가 강가를 한바퀴 돌고 오면, 금방 하루가 저물고

일주일이 가고, 한달이 갑니다.

자식들이 기분 내듯 찔러주는 용돈은 아깝기도 하고,

마음 아파서 함부로 쓸 수가 없는데, 내가 일해서 받은 댓가는

얼마나 마음 편케 쓸 수가 있는지 ...

 

가끔 고맙고, 예쁜 사람 밥도 사주고,

커피도 한잔 사주면서, 인심도 쓰고, 손녀딸 용돈도 챙겨주면서,

생활에도 적잖은 도움이 됩니다.

 

어린이집에서 내가 하는 일은 주방에서 아이들 점심을 해주는 것입니다.

나이가 있으니 모든 감각도 둔해지고 떨어지니, 제대로 입에 맞게 음식을

할 수 있을지 자신 없고, 걱정되고, 신경도 쓰이지만,

내가 해 준 밥을 맛있게 먹어 줄 수 있기를 바라면서

정성을 다 하고 있습니다.

매일 출근해서 앉을 시간 없이 꼬박 서서 바쁘게 일 하다 보면

때로는 피곤도 하고, 고단하기도 합니다.

가끔 비오고, 바람 부는 날이면 전기장판 따뜻하게 해 놓고

늦잠도 자고, 뒹굴기도 하고 싶고, 정말 일하러 가기가 싫을 때도 있습니다.

 

내 직장이고, 일터인 이곳 어린이집은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어 가깝기도 하고,

6년 동안 한 곳에서 일하다 보니 내 집처럼 정도 들고 편안하기도 합니다.

여기 계시는 원장님과 여섯분의 선생님은 늘 친절하시고,

나이 많은 어르신이라며 많이 배려해 주시고 잘 챙겨 주시니

항상 고마운 마음입니다.

 

그래도 다행히

노년의 삶에 불청객처럼 찾오는

다리와 어깨, 허리가 괜찮으니

얼마나 큰 축복이며 감사한 일인지 모릅니다.

 

바람이 있다면,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는

계속 일을 하고 싶습니다.

나는

이 일이 참 즐겁고 좋습니다.

 

202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