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기공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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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체험이야기 : 참사랑어린이집들 다니며
‘나야나! 나답게 살자!’
어린이집도우미 김윤분
“꽃도 좋고, 날도 좋은데 놀러가자.”
“저기 그 맛있는 음식점이 생겼다더라. 가서 묵자. 내가 살게, 우리 아들 다녀갔잖아.”
“안돼요. 나 오늘 우리 꼬물이들 보러가야지.”
“꼬물이가 뭐꼬?”
“몰랐어? 나 일 나가잖아. 아니, 일이 아니고 보약 먹으러 가지~”
“나원참, 그 돈 얼마 번다고 여가도 없이 쯔쯔. 다 늙어서 편히 있지.”
친구들의 핀잔에도 나는 그냥 베시시 웃는다.
나느 2년 전까지만 해도 바쁘게 여기 저기 친구들과 어울려 돌아다니며 놀기만 했다.
막상 돌아서 집에 오면 만신이 무겁고 피곤하고 아고고 앓는 소리가 연속이다. 즐겁지도 않았고.
그런데 어느 날!
의미 없는 삶의 시간을 죽이고 있을 때, ‘시니어 일자리’를 알게 되어 신청을 했다.
그리고는 덜컥! 어린이집으로 ‘출근’하게 되었다.
‘아이고 우짜지. 가서 잘 할 수 있겠나? 괜시리 한다했나? 아기들이 할매라고 울면 어쩌지?’
출근 전에 오만가지 생각으로 칠십 넘어 이렇게 긴장하고 떨려 보기는 처음이었다.
하지만 내가 누구고! 한 때 살림 짱! 일등 엄마 아이가!
가슴을 쫙 펴고 며느리가 사준 화사한 스카프도 하고 한껏 멋을 부려보며 첫 출근을 했다.
그래, 역시 나야 나!
당당한 모습으로 밝게 인사를 하니 모든 선생님들이 환하게 웃으며 반겨 주고, 꼬물꼬물 손주들이,
아니 증손주 뻘 되는 천사 같은 아가들을 보니 너무너무 살아 있는 기분이었다.
나는 매일 우리 손주들을 맞이하는 정성으로 간식도 챙기고, 청소도 하고, 젊고 예쁜 선생님들과 인사도 하며,
가끔은 속내 이야기도 나누니 나의 젊었을 적 생각나 힘도 솟고 엔돌핀도 팡팡! 젊어지는 기분이다.
내 손주 한번 안아 보려면 아들, 딸, 며느리 눈치 보며 언제 오려나 기다리고 기다렸는데,
이제는 요 에쁜 꼬물이 아가들과 매일 눈을 마주치니 세상 행복이 그 눈동자에 다 있었다.
마음의 부자도 되었지만, 실질적으로 수입도 생기니 우리 손주들에게 심심치 않게 용돈을 주는
센스만점 할머니가 되어 으쓱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도 한다.
나에게 주어진 지금의 시니어 일자리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코로나 시기에 집에서 주구장창 시간을 보내는 기운 없는 할매가 되었을 것이다.
시니어 일을 하면서 이 일에 대한 생각도 많이 달라졌다. 용돈이라도 벌자는 물질적인 생각을 했다면,
지금은 돈의 가치보다 더불어 함께 하는 일이 나를 행복하게하고,
나의 작은 봉사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하니,
나의 가치를 존중받는 느낌이 들어 삶의 가치관이 달라졌다.
이 아름답고 보약 같은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마지막이 오는 그날까지 나는 행복하게 일하리라.
내가 행복해야 모두가 함께 행복해지니까.
나는 나! 내가 먼저 행복한 이 일을 멋지게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