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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공모전

[2021년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 수기 공모 당선작] 카페 Re_봄(능력개발원) 김성숙
이  름 : 관리자
시  간 : 2021-11-30 11:45:31 | 조회수 : 976

작년 가을날 모임에서 만난 한 지인으로부터 아는 분이 카페 일을 하시는데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일하시면서 재미있어하신다고 저에게 한번 해보면 어떻겠냐고 하길래

경험도 없었던 내가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 싶어 거절을 한 터였다.

그런데 집에 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지금의 무료한 생활에 작은 변화도 주면서

이제껏 한 번도 직장 생활을 해본 적이 없는 나에게 색다른 경험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과 함께

잘 할 수도 있을 것 같은 막연한 기대와 호기심이 생겨났다.

 

이왕 마음먹은 일을 실행에 옮기기로 작정하고 다음날 지인을 만나

해보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진주서부시니어 클럽에 신청서를 제출한 다음 결과를 기다렸다.

다행스럽게도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첫 근무지로 예정된 진양호 물 박물관 인근의 무지개 동산 카페 리봄에 출근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평생 커피를 거의 한두 모금 이상 마셔 본 적이 없는 내가 커피와 관련된 일을 하게 된 것 하며,

슨 커피 관련 메뉴와 다양한 자가 그렇게 많은지.

게다가 매뉴얼에 나와 있는 조제법 또한 비슷한 듯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차이가 몇 번씩을 외워도 잘 익혀지지 않는 것이었다.

외우고 또 외우고, 그것도 모자라 남편을 옆에 앉혀 두고 하나씩 물어보라고 채근하면서 외우길 여러 차례

그런데 또 한 번의 절망은 현장에 나가서 실제로 주문을 받아 만들려고 할때는 그렇게 힘들게 외웠던 모든 것들이 하나도 생각 이 나지 않는 것이었다.

그렇게 허둥지둥하면서 겪은 시행착오를 수차례 거치고 난 다음에야 조금씩 메뉴들에 대한 이해와 익숙함 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그런 탓에 지금도 메뉴얼을 늘 옆에 두고 눈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렇지만 어려움은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어느 날 매니저님께서 이제 부터는 계산도 직접하라시며 단말기의 조작법을 일러 주셨다.

커피야 들어가는 재료 들의 양에 조금씩 차이가 나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계산 은 정확해야 하는데 현금으로 결제하시는 분, 신용 카드로 결제를 하시는 분,

휴대폰으로 결제 하시는 분 등 다양한 결제 방식에 따른 조작법에 익숙해지는데 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 모든 어려움의 시간이 지나고 이제야 조금 카페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들에 익숙해질 무렵,

코로나라는 복병이 숨어 있다가 카페의 정상적인 영업을 방해하기 시작하였다.

전 세계적인 현상이어서 거의 불가항력적 사유이긴 하지만,

내 첫 직장 이 내 의사와 관계없이 개정과 휴정을 반복하게 되면서 조만간 다시 안정적으로 열 수 있는 날이 올까 하는 불안과

하루빨리 열릴 수있기를 기대하는 날들이 교차하였다.

다행스럽게도 올 11월 부터는 위드 코로(With Corona)라는 형태로 국가적인 정책 전환이 이루어질 예정이어서

앞으로는 지금보다는 안정적으로 카페가 운영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돌이켜 보면, 처음 투입되었을 때의 막막함을 뒤로하고 조금씩 익숙해지고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는 동료분들과 익숙해지면서

점차 같은 호흡으로 원활하게 카페 운영에 동참할 수 있게 된 데는 주변의 많은 도움을 놓을 수 없다.

저 같은 경우는 처음부터 참여하셨던 분들과 달리 카페 운영 도중에 참여함에 따라

초기에는 동료분들과 매니저님들에게 알게 모르게 민폐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알고 있던 많은 노하우를 내게 알려주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셨다.

이 자리를 빌어 그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내 첫 직장은 한적하고 공기 맑은 곳인 진양호에 자리 잡고 있다.

손님들이 밀려들 때는 바삐 움직이면서 손님들의 다양한 요구에 응대하는 즐거움이 있는 반면에

손님의 발길이 뜸한 요즈음에는 동창을 통해 비춰지는 칠봉산 숲을 바라보며

새들이 노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사치를 누릴 수도 있고, 동료들과 오순도순 정담을 나눌 수 있는 이유도 가질 수 있다.

이 모든 것들이 내가 선택하지 않았다면 누리지 못할 큰 기쁨이다 .

 

카페에서 일하면서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기억은 다리가 불편한 아내와 함께 자주 리봄을 찾아 주시는 남편의 얘기 이다.

아메리카노 한 잔 을 테이크아웃 해서 리봄의 통창 앞 벤치에 앉아 아내의 가벼운 운동을 지켜 보며 한동안 머물렀다.

아내와 함께 돌아가는 부부의 모습 이 내겐 기분 좋은 미소를 짓게 하는 조그만 선물처럼 느껴졌다.

아마도 24층에 사는 우리 집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보기좋은 모습이기 때문일 것이다 .

 

이제 10월 중순부터 리봄이 다시 오픈하면서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반가운 사람들도 만나고

짙어져가는 가을과 함께 다시는 코로나로 인해 카페가 휴점하는 일이 반복 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지난 몇 달 동안 카페가 열고닫고를 반복하는 동안 카페의 안정적인 개점과 운영을 간절히 기도하고있는 나를 발견 하면서

내 첫 직장에서의 일들이 나의 삶에 얼마나 큰 활력소가 되고있는지를 새삼 깨달을 수 있게 되었다.

만약 카페가 다시 오픈하게 된다면 찾아 주시는 손님 한 분 한 분에게 더 나은 정성을 전해드리겠다는 다짐과 함께.

 

마지막으로 저희들에게 이 기쁜 일자리를 제공해 주신 강미옥 대표님께 진심으로 감사 드리며,

카페에서 일하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말에 귀 귀울 여 주시는 추진력 있고 멋진 김지호 선생님과

현명하고 야무진 김현정 팀장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해 드립니다. 언제나 털털 하면서도 눈이 아주 예쁜 매니저님과 함께

카페 리봄의 무궁한 발전이 계속 되기를 바라면서 저희 회원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모습으로 함께 하기를 기대 합니다.

 

지금의 내 인생이 청춘인지의 여부는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이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내 마음가짐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런의미에서 나의 청춘은 리봄과 함께 다시 시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