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기공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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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바리스타
박미자(카페 Re_봄(능력개발원) 바리스타)
세월이 화살같이 흐른다는 말을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어느새 나도 예순의 중반에 들어 노인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은 나이가 되었습니다.
각종 뉴스 매체를 통하여 노인일자리에 대한 뉴스를 들으면서 나도 저런 일을 해봤으면 하고 생각하곤 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진주시에서 홍보하는 바리스타 일에 대한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다 자라서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만들어 다 떠나고 나니 여유로운 시간이 생겨서
마침 이 사회를 위해 무언가 보람있는 일을 하였으면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일은 관심도 있고 또 평소에 하고 싶어 하던 일이라 용기를 내어 응시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 일은 자녀들을 돌보면서 까맣게 잊혀졌던 나를 다시 찾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합격자발표가 나기까지의 설렘과 긴장은 삶의 활력이 되어 젊음이 되살아나는듯 하였습니다.
바리스타 일을 하기 위한 출근을 준비하는 것은 새로운 영역에 들어가는 것 같은 떨림과 설렘으로 가벼운 긴장감을 주어 기분좋게 해줍니다.
근무시간은 아침반과 오후반으로 나누어져 있기에 하루 중의 반나절을 근무하고 나면 반나절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서 무엇보다도 좋았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근무가 많이 줄어든 것은 안타까웠지만, 지금 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있습니다.
무지개동산 내에 있는 카페로 출근하면 먼저 예쁜 매니저와 F조 파트너에게 반갑게 인사를 나눕니다.
그러면 새로운 하루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하고, 자신감이 샘솟는 듯 합니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향기로운 커피 향을 맡으면서 하루 일을 시작하는 것은 심신을 안정시켜 마음까지도 편안하게 해줍니다.
일을 하면서 많은 새로운 상황을 접하게 되는데,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이지만 그 사이에 낯익은 단골손님들도 생겼습니다.
따뜻한 카페 라떼 한 잔을 마시면서 '웨이닝 커피가 맛이 좋아요" 하고, "바리스타님도 멋집니다' 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업되어 즐겁고 행복하기까지 하답니다.
또 다른 손님과 인사를 주고 받으며 차를 만들고, 가끔씩 시간이 생기면 매니저와 파트너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하고,
이런 저런 정보 들도 주고 받으면서 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퇴근시간이 되죠. 좋아하는 일을 해서 그런지 눈 깜짝 할 사이에 한나절이 다 지나갑니다.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길은 나도 무언가 의미있는 일을 했다는 성취감마저 들어서 가슴이 뿌듯 합니다.
나는 신안동에 살지만 무지개동산에서 출발하여 강변을 따라 혼자 천천히 걸어서 집으로 옵니다. 그러면 1시간 반 정도 소요됩니다.
그 시간은 자연과 합일되는 시간이기도 하여 내 개인적으로도 아주 소중한 시간입니다.
퇴근하는 길에 노을 공원에 들러 갤러리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을 눈에 담기도 하고,
맑은 강물을 따라 남강변을 걸어가면서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물속에서 한가롭게 지어 다니는 크고 작은 물고기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계절 따라 찾아 와서 놀고 있는 이름 모를 철새들의 노랫소리를 듣기도 한답니다. 이런 즐거움에 더하여 수당까지 받으면 금상첨화랍니다.
삶의 방식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이러한 바리스타의 일은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영역이어서 늘 감사와 행복으로 일하고 있답니다.
무지개 동산을 찾는 시민에게 따뜻한 차 한잔을 올리는 작은 일이지만 마시는 손님이 맛있어하고, 다시 차를 마시러 찾아올 때면 나도 한없이 행복해진답니다.
내가 사랑하는 정다운 도시인 진주에서 살면서 진주를 위해 이러한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준 진주시와 관계자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